목표는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네 번의 대화로 만듭니다
초기팀 목표를 사람 수대로 쪼개면 각자 자기 칸만 채우고 팀은 실패합니다. 창업팀이 공통 목표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은 툴이 아니라 네 번의 대화입니다.
창업팀이 처음 목표를 세우는 장면은 비슷합니다. 리더가 노션에 OKR/KPI 페이지를 만듭니다. 팀 목표 하나를 적고, 그 아래 사람마다 칸을 만들어 숫자를 나눠 넣습니다. 다음 날 공유하고,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달 뒤에 그 페이지를 여는 사람은 리더뿐입니다.
이 글의 결론은 한 문장입니다. 창업팀의 목표는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각자 왜 여기 있는지를 먼저 묻고 그 답들이 만나는 자리에 놓는 것입니다. 그 일에 필요한 것은 툴이 아니라 네 번의 대화이고, 대화 한 번에 한 시간이면 됩니다. 아래에 우리 팀이 한 방식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질문을 적습니다.
쪼개면 왜 안 되는지부터
목표를 나눠주면 안 되는 이유는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2011년에 나온 The effect of goal setting on group performance: A meta-analysis는 팀에 목표를 줘본 실험 수십 개를 모아 평균을 낸 연구입니다. 팀에 구체적이고 어려운 목표를 주면 성과가 크게 올랐습니다. 여기까지는 상식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팀 목표와 별도로 개인에게도 목표를 준 실험들입니다. 개인 목표가 "내가 얼마나 잘했나"를 가리키면 팀 성과는 크게 떨어졌고, "팀이 잘되는 데 내가 얼마나 보탰나"를 가리키면 올랐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강도로 준 목표인데, 어디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반대로 갑니다. 그리고 숫자를 사람 수로 나누는 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앞쪽, "내가 얼마나 잘했나" 목표입니다.
그렇다고 목표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로크와 라담이 40년치 연구를 정리한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motivation: A 35-year odyssey에 따르면, 남이 정해준 목표도 이유를 함께 주면 같이 정한 목표만큼 작동합니다. 이유 없이 목표만 던지면 성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숫자를 먼저 정하고 나누는 대신, 이유를 먼저 모으고 숫자를 나중에 놓습니다. 그 순서가 네 번의 대화입니다.
첫 번째 대화: 왜 여기 있나
첫 대화에서는 팀 목표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습니다. 각자 이 일을 왜 하는지만 묻습니다.
우리 팀은 넷인데, 넷의 이유가 다 다릅니다. 한 사람은 여기서 쌓은 기술이 다음 회사에서 쓰이기를 바라고, 한 사람은 이 일이 실제로 돈이 되는지를 가장 궁금해하고, 한 사람은 아무도 안 풀어본 문제를 붙잡고 있을 때 제일 즐거워합니다. 저는 우리처럼 일하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같은 것을 원해야 한 팀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자기결정성 이론을 정리한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이 말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사람은 밖에서 온 목표라도 그것이 자기 가치와 연결되는 순간 자기 목표처럼 헌신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그 사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유가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고, 이유를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대화에서 던지는 질문은 세 개입니다.
- 1년 뒤에 이 일을 돌아봤을 때, 무엇이 남아 있으면 "하길 잘했다"고 할 것 같은가.
- 지금 하는 일 중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이 회사가 잘 안 되더라도 챙겨 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세 번째 질문이 제일 중요합니다. 창업팀은 잘 안 될 확률이 더 높고, 다들 그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여기 있는 이유를 말로 꺼내놓으면, 그것이 그 사람이 팀 목표에서 찾는 쓸모입니다. 답은 적어둡니다. 세 번째 대화에서 다시 씁니다.
두 번째 대화: 3개월 안에 증명할 것 하나
두 번째 대화에서 팀 목표를 정합니다. 규칙은 하나입니다. 하나만 정합니다.
창업팀이 흔히 하는 실수는 큰 회사의 목표 체계를 축소해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매출, 가입자, 리텐션, 콘텐츠 발행 수를 나란히 놓은 대시보드는 넷이서 볼 수 없습니다. 초기 팀은 아직 무엇이 고객 가치인지 탐색하는 단계라서, 여러 지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가설을 빨리 확인하는 것이 일입니다. 그 가설을 대변하는 지표 하나를 고릅니다. 북극성 지표라고 부르지만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숫자가 올라가면 고객이 실제로 가치를 얻은 것인가. 가입자 수는 이 기준에서 보통 떨어집니다. 가입하고 아무것도 안 한 사람도 포함되니까요. 둘째, 이번 분기 안에 우리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매출은 좋은 지표지만 초기에는 너무 늦게 움직여서, 분기 내내 아무 피드백도 못 받습니다.
그리고 숫자 위에 이유를 먼저 적습니다.
우리는 [고객]이 [문제]를 겪을 때 [우리 제품]이 답이 된다고 믿는다. 이번 분기에 이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숫자는 [지표]이고, [현재 값]에서 [목표 값]이 되면 맞다고 본다. [버린 지표]를 고르지 않은 이유는 [이유]다.
마지막 줄을 꼭 써보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안 골랐는지를 적어두면 분기 중간에 "그래도 가입자는 늘려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나올 때 다시 논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표치는 지금보다 조금 높게 잡습니다. 창업팀은 크게 잡는 목표를 좋아하는데, 반두라와 슝크가 1981년에 낸 Cultivating competence, self-efficacy, and intrinsic interest through proximal self-motivation에서 기간 끝까지 전체를 끝내라는 먼 목표는 목표가 없는 조건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고, 효과를 낸 것은 한 번에 몇 쪽씩 끝내라는 가까운 목표였습니다. 분기 목표를 크게 잡고 싶다면 그것을 2주 단위로 잘라서, 첫 2주는 반드시 성공하도록 설계합니다.
세 번째 대화: 각자 무엇을 보탤지 선언한다
세 번째 대화에서 개인 목표가 나옵니다. 다만 리더가 나눠주지 않습니다. 팀 목표를 같이 보고, 각자 자기 문장으로 기여를 선언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대화의 답을 꺼냅니다. 선언문에는 팀에 보태는 것과 그것이 자기에게 남기는 것이 같이 들어갑니다.
팀이 [지표]를 [목표 값]으로 만들려면 [필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 그중 [내 몫]은 내가 맡는다. 이번 분기 끝에 [결과물]이 나와 있으면 내 몫을 한 것이다. 이것이 되면 나는 [첫 번째 대화의 답]에 가까워진다.
"내 몫"을 적을 때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성과가 아니라 기여로 적습니다. "이번 분기 콘텐츠 12편 발행"은 성과입니다. "지표를 움직이려면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유입 경로를 여는 것이 내 몫이다. 12편은 그 수단이다"가 기여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는 대신 목표가 가리키는 곳이 자기 칸에서 팀으로 옮겨갑니다.
넷의 선언문을 나란히 놓으면 두 가지가 바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일을 맡은 곳과, 아무도 맡지 않은 곳입니다. 쪼개서 나눠주면 이것이 안 보입니다. 나눠줄 때 이미 빈 곳 없이 채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선언하게 하면 빈 곳이 드러나고, 그때 역할을 조정합니다. 이 조정은 "누가 제일 잘하나"가 아니라 "누구에게 이 일이 첫 번째 대화의 답에 가까운가"로 합니다. 잘하는 일만 계속 맡기는 팀은 이번 분기에는 빠르지만, 다음 분기에는 사람이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이 대화가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자기 문장으로 적어오라고 하면 처음에는 다들 성과로 적어옵니다. 기여로 고쳐 적는 데 한 번 더 왕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리더가 30분 만에 나눠 채우는 표보다 이 왕복이 낫습니다. 본인이 쓴 문장은 본인이 기억합니다.
네 번째 대화: 2주마다 숫자와 배운 것을 같이 본다
네 번째 대화는 한 번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2주에 한 번, 30분입니다.
보는 것은 둘입니다. 지표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지난 2주에 무엇을 새로 알게 됐는지입니다. 뒤쪽이 없으면 이 자리는 보고회가 되고, 보고회가 되면 사람들은 숫자를 좋게 보이게 만드는 데 시간을 씁니다. 초기 팀의 목표는 확정된 과녁이 아니라 가설이라서, 2주 만에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목표를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그 결정을 이 자리에서 합니다.
세 번째 대화에서 만든 선언문도 여기서 같이 봅니다. 다만 "달성했나"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 몫이 아직 팀 목표에 맞닿아 있나"를 묻습니다. 분기 중간에 팀 목표가 바뀌면 개인의 기여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을 놓치면 이미 팀과 무관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 것도 정해둡니다. 사람을 서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개인 성과를 줄 세우는 방식이 협업을 어떻게 망치는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13년에 스택 랭킹을 폐지하면서 충분히 알려졌습니다. 당시 보도는 Microsoft axes controversial "stack ranking" system for employee reviews에 있습니다. 동료를 돕는 것이 자기 순위를 낮추는 구조에서는 아무도 돕지 않습니다. 넷인 팀에서 이것을 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네 시간이면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첫 번째 대화: 각자 왜 여기 있는지. 팀 목표 이야기는 안 합니다.
- 두 번째 대화: 이번 분기에 증명할 것 하나. 이유를 숫자 위에 적습니다.
- 세 번째 대화: 각자의 기여를 자기 문장으로 선언. 성과가 아니라 기여로.
- 네 번째 대화: 2주마다 숫자와 배운 것. 목표는 바꿔도 되고 사람은 비교하지 않습니다.
처음 세 번은 한 시간씩, 네 번째는 2주에 30분입니다. 한 분기 목표를 세우는 데 리더 혼자 고민하는 대신 팀이 같이 쓰는 네 시간이 들어갑니다. 대신 3개월 뒤에도 그 목표를 기억하는 사람이 리더 혼자가 아닙니다.
팀 목표는 개인 목표를 더한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이유가 만나는 자리에 놓는 것이고, 그 자리를 찾는 방법이 대화입니다. 창업팀이 다른 조직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 대화를 넷이서 한 방에 앉아 오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