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일과 성장5

나눌수록 전문성의 값이 오릅니다

혼자만 아는 것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회사의 숙제입니다. 전문성은 출발선이고, 그 값을 올리는 것은 기록으로 나누는 일입니다.

"이건 저만 아는 건데, 알려주면 제가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회사에서 누구나 한 번은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했습니다. 그런데 인사 일을 10년 하면서 본 것은 반대였습니다. 혼자만 아는 사람부터 대체됩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나누려면 나눌 것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문서에는 잘 안 적히는 센스입니다. 그러니 이 글은 전문성을 쌓지 말라는 글이 아닙니다. 쌓은 전문성의 값을 어디서 올릴 것인가에 대한 글이고, 제 답은 쥐는 쪽이 아니라 나누는 쪽입니다. 이유가 셋,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혼자만 아는 것은 회사의 숙제입니다

오래된 언어로 짜여 있고 여기저기 얽혀 있어서, 오래 맡아온 개발자 한 분 말고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자리를 비우면 그 기능은 못 고쳤습니다.

회사가 고른 길은 그분에게 더 기대는 쪽이 아니었습니다. 그 기능을 통째로 새로 만들어 갈아 끼웠습니다. 노하우를 받아 적는 대신, 노하우가 필요 없는 길을 새로 냈습니다. 그 기능이 사라진 날, 그분이 혼자 알던 것도 같이 값을 잃었습니다.

회사가 한 사람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다음에 하는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문서를 만들게 하고, 옆에 사람을 붙이고, 그 사람 없이 한 번 돌려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일 자체를 바꿉니다. 한 사람에게만 있는 지식은 회사에 자산이 아니라 위험이고, 위험은 줄이는 것이 회사의 일입니다. "저만 압니다"가 회사의 숙제가 된 날부터 대체 준비가 시작됩니다.

그분의 전문성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전문성이 그분 안에만 있어서였습니다.

숨기면 나한테도 안 알려줍니다

두 번째 이유는 회사보다 먼저, 숨기는 사람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2014년 연구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는 직원 240명과 상사 34명을 조사했습니다. 아는 것을 숨긴 사람에게는 동료들도 알려주지 않게 됐고, 그래서 숨긴 사람 본인의 창의성이 먼저 떨어졌습니다. 전문성은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남이 알려주는 것을 먹고 자랍니다. 출구를 막으면 입구도 막힙니다.

지금 저는 넷이서 일합니다. 전에 쓴 글에 적었듯, 제가 먼저 제 판단을 내놓지 않았을 때는 아무도 자기 판단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내가 먼저 열어야 상대가 엽니다.

나눌수록 찾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값이 매겨지는 방식에 있습니다. 2004년 연구 Structural Holes and Good Ideas는 한 전자회사 관리자 673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서로 왕래가 없는 두 집단 사이를 연결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보상도, 평가도, 승진도 더 가져갔습니다. 한쪽에서 당연한 것이 다른 쪽에서는 새 아이디어여서입니다.

알려준다고 그 자리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알려줄수록 지나가는 것이 늘고, 지나가는 것이 늘수록 그 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다리는 건넌 사람 수로 값이 매겨집니다. 전문성도 같습니다. 거쳐 간 사람이 많은 전문성이 비싼 전문성입니다.

자리만이 아니라 나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019년 Your Professional Decline Is Coming (Much) Sooner Than You Think에 따르면, 새 문제를 빠르게 푸는 힘(유체 지능)은 30대를 지나면서 내려가기 시작하고, 쌓은 것을 정리해 남에게 넘기는 힘(결정화 지능)은 40대를 지나서도 계속 오릅니다. 경력 초반의 값은 앞의 힘에서 나오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뒤의 힘으로 옮겨 가는데, 쥐고 혼자 푸는 데 머무는 것은 내려가는 힘 하나에 값을 전부 걸어두는 일입니다. 노하우를 적어서 나누는 것은 그래서 인심이 아니라, 내 전문성의 판을 푸는 쪽에서 가르치는 쪽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이 홈페이지도 그렇게 씁니다. 만든 것마다 AI에게 준 프롬프트를 전문 그대로 걸어두었고, 소스는 MIT 라이선스로 열려 있습니다.

다만 말로 나누면 먼저 지칩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2016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Collaborative Overload에 따르면, 동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이 몰입도와 경력 만족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하루가 남의 질문에 답하다 끝나서입니다.

나누는 것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아는 것, 아는 사람, 내 시간. 앞의 둘은 나눠도 줄지 않는데, 시간은 나눌수록 줍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오는 부탁은 대부분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형태를 바꿨습니다. 같은 질문을 계속 받다가 시작하기 한 장으로 옮겼습니다. 말로 백 번 할 것을 글로 한 번 씁니다. 백 명이 읽고, 저는 그 시간에 다음 것을 만듭니다.

AI가 들어오면 이 조건은 더 세집니다. AX 기업을 만들어가는 순서에 썼듯, 회사가 일을 AI에게 넘길수록 회사가 쓸 수 있는 지식은 적힌 것뿐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전문성은 AI에게는 없는 것입니다. 적어둔 사람의 지식은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 되고, 쥔 사람의 지식은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그 밖에 남습니다.

그래서 나눕니다

인사에서 흔히 보는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은 다음 자리로 못 갑니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까요. 다음 일을 맡는 사람은 지금 일을 넘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앞에서 본 두 힘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푸는 힘으로만 버티는 사람은 그 힘이 내려가는 나이에 자리를 지키느라 점점 불안해지고, 아는 것을 기록과 체계로 내보낸 사람은 가르치는 자리, 관리하는 자리, 설계하는 자리로 옮겨 갑니다.

전문성은 쌓아야 합니다. 그것이 출발선입니다. 그 값은 쥘수록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오릅니다. 단,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나눕니다. 오늘 할 것은 셋입니다.

  1. 이번 주에 두 번 이상 받은 질문 하나를 고릅니다. 두 번 받았으면 세 번째가 옵니다.
  2. 답을 한 장으로 적습니다. 잘 쓸 필요 없습니다. 다음 사람이 읽고 한 번 해볼 수 있으면 됩니다.
  3. 다음 질문에는 링크로 답합니다. 답하면서 막힌 곳을 그 장에 고칩니다.

셋을 하고 나면 그 일은 나 없이도 돌아갑니다. 그러면 다음 일이 옵니다.

대체되지 않는 사람은 지식을 쥔 사람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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