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AX4

AX는 무엇을 전환하는가

AI도입과 AI전환은 다릅니다. 도구가 들어왔는지가 아니라, 일하는 규칙이 바뀌었는지가 기준입니다.

AX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회사 이름에도 붙고, 뉴스에도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전환"이라면 무엇을 무엇으로 바꾼다는 걸까요. 제 한 줄 답변입니다. AX는 AI가 있다는 전제로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정하는 일입니다.

재택근무가 시작된 날

2020년 봄, 많은 회사가 갑자기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노트북을 집에 가져가고, 화상회의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도구는 며칠 만에 다 갖춰졌습니다.

그 뒤가 회사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회사는 도구만 바꿨습니다. 9시가 되면 메신저에 초록불을 켜 두고, 회의는 하던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고, 결재는 여전히 종이라 도장을 받으러 출근했습니다. 집에서 일했지만 일하는 규칙은 사무실 것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회사는 질문을 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볼 수 없는데 무엇으로 일했다고 볼 것인가. 회의를 화면으로 하는데 이 회의는 꼭 필요한가.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전원 사무실로 돌아온 회사도 있고, 주 2회만 나오는 회사도 있고, 사무실을 없앤 회사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골랐든, 질문을 열어 스스로 답을 정한 회사가 "재택 이후의 회사"입니다.

둘은 다른 일입니다. 앞은 도구가 들어온 것이고, 뒤는 규칙을 다시 정한 것입니다. 도구는 사면 되지만, 규칙은 회사가 스스로 정해야 하고 그 답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AX는 뒤쪽입니다.

회사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AI가 회사에 들어오는 모습을 차례로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회사가 한 일실제로 바뀐 것
직원들이 각자 AI를 구독해서 쓴다그 사람의 속도
회사가 전 직원에게 AI를 사 준다회사의 지출
어떤 일 하나를 AI가 대신한다그 일의 담당자
AI가 여러 단계를 알아서 하고, 사람은 결과를 확인한다누가 승인하는가
일의 순서를 AI가 있다는 전제로 다시 짠다부서 사이의 순서

앞의 셋은 "AI를 쓰는 회사"입니다. 넷째 줄부터가 AX입니다.

왜 거기서 갈릴까요. 앞의 셋은 회사의 규칙을 하나도 안 건드립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누가 승인하는지 전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편합니다. 아무도 자기 권한을 내놓지 않아도 됩니다. 넷째 줄부터는 다릅니다. AI가 여러 단계를 알아서 하기 시작하면 "이건 누가 승인한 거지?"라는 질문이 반드시 나옵니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회사의 규칙을 열어서 고쳐야 합니다.

숫자로 보면

맥킨지가 매년 세계 기업을 조사하는 The state of AI in 2025: Agents, innovation, and transformation을 보면, 응답 기업의 88%가 AI를 업무에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AI 덕에 회사의 이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영업이익의 5% 이상) 답한 회사는 약 6%뿐입니다.

88과 6 사이에 있는 회사들이 위 표의 앞 세 줄입니다. 도구는 들어왔는데 규칙은 그대로인 회사입니다. 같은 AI를 같은 값에 누구나 살 수 있는 시대라, 이 차이는 기술 차이가 아닙니다.

왜 규칙이 안 바뀔까

저는 10년 가까이 회사에서 인사 일을 했습니다. 그 눈으로 보면 회사가 일하는 방식은 세 가지 규칙에 적혀 있습니다.

  • 수행: 누가 무엇을 하는가
  • 결정: 누가 승인하는가
  • 평가: 무엇을 잘한 일로 치는가

AI가 들어와도 이 셋이 그대로면 사람들은 옛 방식대로 일합니다. 그렇게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보고서 초안을 AI가 써 주게 되면, 사람은 초안을 쓰는 대신 검토하는 데 시간을 씁니다. 그런데 평가는 여전히 보고서를 몇 개 냈느냐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낀 시간으로 보고서를 더 씁니다. 개인은 빨라졌는데 회사는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규칙이 옛날 것이면, 새 도구는 옛날 일을 더 많이 하는 데 쓰입니다.

제가 말하는 AX

  • AI를 많이 쓰는 회사가 아닙니다.
  • AI가 있다는 전제로 세 가지 규칙(수행 · 결정 · 평가)을 다시 쓴 회사입니다.
  • 그 과정에서 무엇을 AI에게 맡기지 않을지도 정한 회사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AX는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규칙을 바꾸는 일입니다. 도구는 사면 되지만 규칙은 회사가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규칙을 다시 쓰다 보면 반드시 마지막 질문에 닿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재택 이후의 회사에서 관리자가 보는 것이 달라졌듯이, AI 이후의 회사에서도 사람의 일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옮겨갑니다. 초안을 쓰던 사람이 무엇을 쓸지 정하는 사람이 되고, 승인 도장을 찍던 사람이 어디까지 맡길지 정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AX는 AI를 들이는 기술의 전환으로 시작하지만, 사람의 역할과 능력을 다시 정의하는 전환으로 끝납니다. AX의 끝은 AI가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이 진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코드보다 조직도를 먼저 배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AX를 이렇게 읽습니다. 앞으로 쓸 글들은 전부 여기서 출발합니다.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사람에게 남길지, 남긴 일을 어떻게 평가할지,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댓글

로그인 없이 남길 수 있어요. 쓴 브라우저에서만 지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