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조직과 사람7분

꼰대는 자기 경험에 대한 반론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의 조언은 팀에 필요합니다. 그 조언을 다른 사람이 고칠 수 없을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꼰대를 줄이는 일은 말투를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누구의 판단이든 검토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말을 줄였는데, 팀에는 여전히 다른 의견이 나오지 않습니다. 회의에서 먼저 답을 말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뿐입니다. 이런 팀을 가정해보면, 살펴볼 것은 리더의 말수가 아니라 지난번에 다른 의견을 냈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입니다.

보고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에 “그건 예전에 해봤는데 안 돼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시와 지금은 조건이 다르다는 설명에는 “아직 이 일을 잘 몰라서 그래요”라고 했습니다. 말투는 부드러웠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음 회의에서 같은 제안을 다시 꺼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을 더 가져와야 논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될 때 이 장면을 먼저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내 경험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상대가 설명을 끝낼 자리가 있는가. 경험을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는지보다 그 뒤에 어떤 대화가 가능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나이는 이 질문에 답해주지 않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 꼰대 관련 인식 조사에서 93.9%는 나이가 많다고 모두 꼰대는 아니라는 데 동의했고, 85.8%는 20대 중에도 꼰대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이 수치는 실제로 어느 연령대에 꼰대가 많은지를 측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말을 나이만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도 다음 사람에게 “우리 때는 이렇게 배웠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이 대신 성과가 그 자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제가 이 방식으로 매출을 냈잖아요.” 경험과 성과는 판단에 쓸 중요한 근거입니다. 다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다른 근거를 낼 수 없다면, 그때부터 대화는 어려워집니다.

자신이 고생해서 익힌 방식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자료를 만들고 여러 번 거절당한 끝에 성과를 냈다면, 그 과정에는 자부심이 남습니다. 누군가 더 간단한 방법을 제안할 때 내가 들인 시간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방법 하나를 고치는 일이 내 경력 전체를 평가받는 일처럼 커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어려움에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이 다음 사람도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자료를 직접 모아야 했지만 지금은 한곳에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고객이 원했던 보고서가 지금은 아무도 읽지 않는 자료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잘해낸 일의 가치와 그 방법을 계속 쓸지는 각각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험을 전할 때 그래서 조건이 중요합니다. “그건 안 돼요”에서 한 문장만 더 가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당시에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서 인수인계가 끊겼어요. 이번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실패했던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후배는 그 경험을 이어받아 제안을 고칠 수 있습니다. 선배도 같은 실패를 반복할까 걱정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험에 조건을 붙이면 그 경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말한 사람만 아는 정답으로 남아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이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을 때 팀에 더 오래 남습니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태도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누구의 경험이 질문을 받는지가 고르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후배의 제안에는 근거와 수치를 요구하면서 선배의 제안에는 “오래 해보셨으니까” 하고 넘어간다면, 경험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생깁니다. 그 사람이 인사 평가까지 한다면 다른 의견을 내는 부담은 더 커집니다.

이 조건에서 “서로 편하게 말하자”는 부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견을 받는 사람은 토론이라고 생각해도, 내는 사람은 다음 평가를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화를 내지 않는 것에 더해, 반대 의견을 낸 뒤에도 중요한 일을 맡고 공정하게 평가받는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1999년 논문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팀 안에서 대인관계상의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는 공유된 믿음으로 설명했습니다. 한 제조기업의 51개 팀을 조사한 결과, 심리적 안전감은 팀의 학습 행동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이 연구만으로 특정한 말투가 성과를 높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직이 배우려면 구성원이 질문과 이견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게 합니다.

앞의 보고 방식 사례에 적용하면, 팀에 필요한 것은 회의를 더 편안하게 만드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보고서를 줄였을 때 무엇이 빠질까 걱정되는지, 지금 그 보고서를 누가 어떤 결정에 쓰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직급과 관계없이 같은 질문에 답하게 되면, 오래 해온 사람의 우려와 새로 온 사람의 제안을 같은 자리에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는 일정과 자원, 고객에게 한 약속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후배의 제안이 필요한 정보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자료는 매달 고객과 진행 상황을 확인할 때 쓰기 때문에 유지하겠습니다. 대신 내부 회의용으로 중복 작성하는 부분은 없애봅시다”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유를 알면 제안이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다음에 무엇을 살펴야 할지 남습니다.

꼰대로 보일까 봐 필요한 피드백까지 피하는 것도 일을 어렵게 만듭니다. 약속한 일정이 늦어졌는데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 지연을 떠안습니다. 잘못 전달된 정보를 고치지 않으면 고객이 불편해집니다.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문제를 말할 몫이 있습니다.

그때도 구체적인 일로 돌아오면 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어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자신을 변호해야 합니다. “어제 전달하기로 한 자료가 오지 않아 다음 작업이 멈췄습니다. 어디에서 막혔고, 일정을 어떻게 다시 잡을까요”라고 말하면 확인하고 고칠 대상이 생깁니다. 상대의 설명을 들은 뒤 업무량이나 지시가 문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피드백을 시작한 사람도 자기 판단을 바꿔야 합니다.

듣는 쪽에도 같은 기준이 필요합니다. 불편한 말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꼰대라고 부르면, 놓친 약속이나 결과물의 문제를 살필 기회가 줄어듭니다. 무엇이 업무상 필요한 요구이고 무엇이 개인적인 선호인지 따져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그 구분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책임은 권한을 가진 쪽에 더 크게 있습니다.

후배에게 배우는 자리를 만드는 리버스 멘토링도 이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 도구를 배우고 유행하는 표현을 익히는 시간은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후배가 “이 결재 단계 때문에 배운 도구를 실제로 쓰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어떤 일이 이어지는지도 봐야 합니다. 사용법은 배워도 업무 방식은 건드릴 수 없다면, 배움이 실제 결정까지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AI를 익숙하게 쓴다는 사실도 예외를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도구를 빨리 배운 사람이 동료의 우려에 “아직 안 써봐서 그래요”라고 답하며 대화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익숙한 도구가 달라졌어도 상대가 가진 정보를 듣지 않는 문제는 남습니다. 고객 자료를 다루는 방식이나 결과를 검토할 시간을 걱정하는 말이라면, 숙련도와 별개로 확인할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꼰대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조금 더 확인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최근에 나보다 직급이 낮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의 말 때문에 내 결정을 바꾼 적이 있는가. 바꾼 일이 없다면 왜 그랬는지를 돌아봅니다. 충분히 검토했지만 기존 판단이 맞았을 수도 있고, 다른 의견이 끝까지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에 쓴 한국은 협업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에서도 아랫사람의 의견으로 윗사람의 결론이 바뀐 적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질문을 내가 지키고 있는 방법 하나에 붙여볼 수 있습니다. 매주 받는 보고서, 새 동료에게 가르치는 작업 순서,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끝나는 승인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이 방식에서 지금도 필요한 부분과 바꿔도 될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을 들은 뒤에는 내가 이 방식을 택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지금도 그 이유가 남아 있는지 같이 봅니다. 바꿔볼 부분이 있다면 범위와 확인할 날짜를 정합니다.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어떤 정보가 더 있어야 다시 판단할 수 있는지도 말합니다.

내가 오래 지켜온 방식을 고쳤다면 그 과정도 남겨두면 좋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계속해왔는데, 동료가 이 문제를 짚어줘서 이번에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그 한 문장이 다음 의견을 낼 사람에게 참고할 만한 경험이 됩니다. 여기서는 선배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고, 그 과정에 참여해도 괜찮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래 일한 사람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여전히 많습니다. 어디에서 실패했는지, 어떤 신호를 놓쳤는지, 어려운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오래된 경험에 지금의 정보가 더해집니다. 제 경험도 그렇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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