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창업6

대표가 꼭 필요한 회사는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창업자가 직접 해결하는 힘으로 회사가 움직입니다. 하지만 모든 판단이 계속 대표를 거쳐야 한다면, 사람이 늘어도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표의 시간에 묶입니다. 내가 잘하는 일을 회사도 잘하게 만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 없으면 이 회사 안 돌아갑니다.” 직원일 때는 내 자리를 지켜주는 말처럼 들립니다. 대표가 되어 같은 말을 하면 질문이 하나 따라옵니다. 그러면 이 회사는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만큼만 커지는 것 아닐까요. 창업자를 꼭 필요로 하는 것과 모든 일이 창업자를 거쳐야 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인사 일을 하다가 창업했고, 지금은 넷이서 일합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만드는 쪽에 서면 그 목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를 찾는 일이 많아졌을 때, 회사가 잘되고 있는 것인지 회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해야 빨리 됩니다

작은 팀의 시작을 생각해봅니다. 고객이 왜 이 제품을 원하는지 가장 많이 들은 사람도 창업자이고, 어떤 약속을 했는지 아는 사람도 창업자입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를 먼저 고쳐야 할지 가장 빨리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직접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아직 몇 번 해보지도 않은 일을 매뉴얼로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고객 한 명을 더 만나고, 제품을 고치고, 반응을 보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대표가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구조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판단과 정보가 한 사람에게 모입니다. 1971년 논문 A Strategic Contingencies' Theory of Intraorganizational Power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대신할 방법이 적으며, 다른 업무와 깊이 연결된 부서가 조직 안에서 힘을 갖는다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부서를 다룬 이론이지만, 저는 여기서 초기 창업팀을 볼 질문을 얻습니다. 대표에게 결정이 몰리는 것은 직함 때문만일까요. 고객의 사정과 제품의 한계, 통장 잔고를 한꺼번에 알고 있는 사람이 대표뿐이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적으로 일하라”는 말만으로 결정이 흩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판단할 재료가 한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상태가 계속될 때입니다. 사람이 들어오고 고객이 늘어도,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계속 대표에게만 쌓이면 새로 합류한 사람도 대표를 기다리게 됩니다.

대표가 빨리 처리할수록 회사는 기다리는 법을 배웁니다

고객에게 견적을 보내는 작은 회사를 예로 들어봅니다. 설명을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담당자가 견적을 만들지만 할인 여부는 대표가 정합니다. 납기를 바꿔도 되는지도 대표가 답합니다. 고객이 예외를 요청하면 다시 대표에게 묻습니다.

대표는 그때마다 금방 답합니다. 직접 고치는 데는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아직 문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표가 외부 미팅에 들어가면 그 몇 분짜리 결정들이 몇 시간씩 기다립니다. 담당자를 더 뽑아도 마지막에 답할 사람은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볼 것은 대표가 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팀이 답을 기다리는 시간을 합친 값입니다. 대표에게는 짧은 일이 동료에게는 하루를 멈추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 혼자 빨리 결정하는 회사와, 회사 전체가 빨리 움직이는 회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쪽도 이 구조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혼자 판단했다가 대표가 뒤집으면 고객에게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표는 “왜 다들 나한테만 묻지”라고 생각하지만, 묻는 것이 가장 적게 손해 보는 방식이라면 질문은 계속 대표에게 돌아옵니다.

이때 대체 불가능성은 대표의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회사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대표 한 사람에게 묶어둡니다. 회사 안에서 내 힘을 키우는 방식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방식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내가 계속 쥐는 것과 회사의 가치가 함께 커지지는 않습니다

이 긴장은 실제 창업 연구에서도 다뤄집니다. 노암 와서먼의 The throne vs. the kingdom: Founder control and value creation in startups는 미국 스타트업 6,130곳을 분석했습니다. 창업자가 CEO 자리나 이사회 통제권을 유지한 기업은 통제권을 넘긴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받아들이는 일과 창업자의 통제권 유지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입니다.

이것은 대표가 일상적인 결재를 줄이면 기업가치가 오른다는 실험이 아닙니다. CEO와 이사회 수준의 통제권을 다룬 연구이고, 모든 창업자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처방으로 읽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가져오는 질문은 더 작습니다.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과 모든 중요한 일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부딪힐 때, 무엇을 고를 것인가입니다.

경험 있는 사람을 데려와도 자기 방식으로 판단할 여지가 없다면, 회사가 얻는 것은 그 사람의 경험 중 일부뿐입니다. 채용할 때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원했는데, 일할 때는 내가 정한 답을 잘 실행하는 사람을 원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같은 결과를 향해 다른 방법을 선택할 권한까지 줄 수 있는지가 남습니다.

내가 잘하던 일을 회사도 잘하게 만듭니다

앞의 견적 사례로 돌아가봅니다. 담당자에게 견적서 작성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대표를 기다리는 시간이 줄지 않습니다. 이미 작성은 담당자가 하고 있었습니다. 넘겨야 할 것은 가격과 납기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 그리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어떤 조건에서는 할인이 가능한지, 납기를 바꾸면 다른 고객에게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어떤 약속은 혼자 정하면 안 되는지를 같이 봅니다. 그 범위 안에서는 담당자가 고객에게 답하고, 대표는 나중에 결과를 함께 돌아봅니다. 매번 미리 승인받아야 한다면 이름만 담당자가 바뀐 셈입니다.

대표가 예상한 답과 달라도 합의한 범위 안이라면 우선 그 판단이 끝까지 가게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가 나빴다면 어떤 정보가 빠졌는지, 기준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살핍니다. 결과가 좋았는데 방법만 달랐다면 대표의 방식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이 있어야 동료도 다음번에 스스로 결정할 이유를 갖습니다.

우리 팀이 목표를 네 번의 대화로 만들 때도 리더가 일을 사람 수대로 나누는 대신 각자가 팀 목표에 무엇을 보탤지 자기 문장으로 적었습니다. 저는 그 방식이 역할을 넘기는 데도 이어진다고 봅니다.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왜 그 일을 하는지 알아야 상황이 달라졌을 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표가 직접 붙들 일이 남습니다. 아직 무엇이 맞는지 모르는 고객 문제, 회사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 팀 전체가 감당해야 할 큰 약속은 함께 살피되 대표가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답해온 일을 넘기는 것은 그런 일에 쓸 시간을 확보하는 선택입니다. 회사의 다음 문제를 맡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창업하기 전에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을 창업한 뒤까지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내가 맡은 작은 일 하나를 다른 사람도 판단하며 해낼 수 있게 만들어보면 됩니다.

내가 자주 받는 질문 하나를 골라봅니다. 상대가 몰라서 묻는 것인지, 정보가 없어서 묻는 것인지, 결정할 권한이 없어서 묻는 것인지 구분합니다. 같은 질문처럼 보여도 가르쳐야 할 것과 공유해야 할 것, 권한을 가진 사람과 합의해야 할 것이 다릅니다.

그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바꾸고, 다음번에는 어디서 다시 막히는지 봅니다. 처음부터 회사 전체의 체계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거치던 결정 하나가 제자리에서 이뤄지는 경험이면 됩니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내가 잘하는 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해내는 능력은 가져갈 수 있습니다.

모든 사업이 커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전문성과 시간을 직접 제공하는 사업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더 많은 고객을 돕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대표가 관여하는 방식도 그 목표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회사를 시작합니다. 그다음에는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늘려갑니다. 내가 없으면 무엇이 멈추는지에 더해, 나와 일한 뒤 이 팀이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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