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일과 성장8분

회사는 뾰족한 사람을 뽑아서 넓은 사람으로 씁니다

뽑는 쪽에 10년 가까이 있었고 지금은 대표로 뽑습니다. 다 잘하는 사람과 한 가지를 깊이 파는 사람 중 누구를 원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있었습니다. 공고의 칸은 해마다 뾰족해지는데, 들어온 뒤의 자리는 넓고, 신입이 가장 먼저 그만두는 이유는 그 둘의 거리입니다. 그 거리가 회사에서 다음 일을 만드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대표는 다 잘하는 사람을 원할까요, 한 가지를 깊이 파는 사람을 원할까요. 뽑는 쪽에 10년 가까이 있었고 지금은 대표로 뽑는 자리에 있는데, 이 질문에 답하려고 할 때마다 답이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리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사는 들어오는 문에서는 뾰족한 사람을 찾고, 들어온 뒤에는 넓은 사람으로 씁니다. 공고의 칸은 해마다 더 뾰족해지고 있고, 실제로 앉는 자리는 그 칸보다 넓습니다. 신입이 가장 먼저 그만두는 이유가 그 둘의 거리이고, 같은 거리가 회사에서 다음 일을 만드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공고는 칸에서 나옵니다

대기업 해외인사팀에서 직무 분석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의 일을 직무라는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적는 일입니다. 채용 공고는 그 칸에서 나옵니다. 결원이 생기면 비어 있는 칸의 이름과 그 칸에 적힌 일이 그대로 공고가 됩니다. 37개국의 채용을 운영하면서 본 공고도 전부 그런 식이었습니다.

칸은 뾰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칸을 적는 문서는 「무엇을 할 사람」을 적는 문서라서,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고 쓰면 공고가 되지 않습니다. 어느 부서의 어느 자리인지, 어떤 일을 해봤어야 하는지를 적어야 지원자가 자기 자리인지 알아봅니다. 그래서 뽑는 문은 늘 뾰족하고, 그 문은 점점 더 뾰족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에 신입 채용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물었습니다.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라고 답한 기업이 2023년 58.4%였고, 2024년 74.6%, 2025년에는 81.6%가 됐습니다. 2024년 조사에서 수시 채용만 한다는 기업은 60.6%였습니다. 수시 채용은 결원이 생긴 칸을 그때그때 채우는 채용이라, 칸 모양 그대로 사람을 찾습니다. 그 결과 500대 기업에 2024년 신입으로 들어간 대졸자의 28.1%가 이미 다른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이었습니다. 다 잘하는 사람은 이 문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칸에 맞는 모양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어느 칸에도 딱 맞지 않아서입니다.

칸이 없는 회사는 다 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반대편에도 있어봤습니다. 스타트업에서 2년 동안 운영총괄을 맡았는데, 직함은 하나였고 하는 일은 인사를 포함한 운영 전반이었습니다. 작은 회사가 다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취향이 아닙니다. 칸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칸이 없는 것입니다. 일은 매일 생기는데 그 일을 담을 칸이 없으니,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집어 듭니다.

지금 넷이 일하는 팀도 같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커지면 칸이 생깁니다. 처음에 다 하던 사람들이 각자 한 영역을 맡게 되고, 그다음에 뽑는 사람부터는 그 칸에 맞는 뾰족한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같은 회사가 단계에 따라 다른 모양의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연구도 같은 말을 합니다. Teodoridis, Bikard, Vakili 세 사람은 소련이 무너진 전후의 이론 수학자들을 추적해, 분야가 빨리 바뀔 때는 한 분야를 깊이 파는 사람이, 천천히 바뀔 때는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이 더 중요한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Creativity at the Knowledge Frontier: The Impact of Specialization in Fast- and Slow-paced Domain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9). 누가 더 나은가는 사람의 질문이 아니라 자리의 질문입니다. 자리가 바뀌면 답이 바뀝니다.

뽑는 칸과 앉는 자리는 다릅니다

여기까지는 들어오는 문의 이야기입니다. 들어온 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인크루트가 2025년에 인사담당자 446명에게 신입이 일찍 그만두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1위는 연봉도 문화도 아니었습니다. 직무 적합성 불일치가 58.9%로 1위였고, 낮은 연봉이 42.5%, 맞지 않는 사내 문화가 26.6%였습니다. 직무 적합성 불일치는 공고에 적힌 자리와 실제로 앉은 자리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뽑는 쪽이 81.6%까지 직무 경험을 보고 뽑았는데, 그렇게 뽑은 사람이 가장 많이 말하는 퇴사 이유가 직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신입의 인내심 문제로 읽으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구조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칸은 결원이 생긴 시점의 일을 적은 것이고, 자리는 사람이 앉은 뒤에 주변의 일이 흘러드는 곳입니다. 옆 칸이 비면 그 일이 흘러들고, 칸에 없던 일이 생기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갑니다. 잘하면 더 흘러듭니다. 일을 빨리 끝내는 사람에게 다음 일이 먼저 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래서 들어온 지 1년이 지난 자리는 공고보다 늘 넓습니다. 공고를 보고 온 사람은 그 넓이를 약속과 다르다고 느끼고, 뽑은 쪽은 그 넓이를 당연하다고 느낍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음 일로 갈수록 자리는 더 넓어집니다. Custódio, Ferreira, Matos 세 사람이 S&P 1500 기업의 대표들을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추적했더니, 여러 직무와 회사와 산업을 거친 대표가 한 길을 걸은 대표보다 해마다 19% 더 받고 있었습니다 (Generalists versus Specialists: Lifetime Work Experience and Chief Executive Officer Pay,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013). 최태원 회장은 올해 5월 강연에서 더 멀리 갔습니다. 능력이 10인 사람과 100인 사람에게 AI가 똑같이 1,000을 더해주면 1,010과 1,100이 되어 격차가 거의 사라지고, 그때 남는 것은 한 우물의 깊이가 아니라 사람과 AI가 같이 일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넓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강연 전에 나온 가장 최근 조사에서 공고는 81.6%로 역대 가장 뾰족했습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순이 아닙니다. 뾰족함은 들어오는 문의 조건이고, 넓이는 들어온 뒤 자리가 요구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뾰족한 사람을 뽑아서 넓은 사람으로 씁니다.

넓이는 뾰족한 것 옆에 붙습니다

뾰족함이 쓸모없다는 글이 아닙니다. 뾰족한 하나가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81.6%는 그 뜻입니다. 그리고 넓이는 혼자 서지 못합니다. 넓기만 한 사람은 어느 칸에도 맞지 않아서, 회사를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넓이는 뾰족한 것 옆에 붙어서만 값이 됩니다. 한 가지를 깊이 아는 사람이 옆 칸의 일을 받아 넓어진 것과, 처음부터 얕게 넓은 것은 같은 넓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가 조금 분명해집니다. 뾰족한 하나를 들고 문을 통과한 뒤, 흘러드는 일을 받으면서 그 옆을 넓히는 것입니다. 그 넓힘은 회사가 시켜서 생기지 않습니다. 공고에 없던 일이 흘러들 때 그것을 내 일이 아니라고 돌려보내면 칸 안에 남고, 받으면 넓어집니다. 다음 일은 거의 늘 입구보다 넓은 모양을 요구합니다. 더 큰 프로젝트도, 리더 역할도, 자기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경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적은 것은 이 넓이가 이력서에 저절로 적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고의 칸은 이력서에 적히지만, 흘러든 일로 넓어진 부분은 같이 일해본 사람만 압니다.

세 줄을 적어보면 거리가 보입니다

틀은 단순합니다. 종이에 세 줄을 적습니다.

  • 첫째 줄: 내가 뽑힌 칸. 공고에 적혀 있던 한 줄, 혹은 처음 받은 직무의 이름.
  • 둘째 줄: 지금 실제로 하는 일. 공고에 없었는데 흘러든 것까지 전부.
  • 셋째 줄: 다음 일이 요구할 모양. 더 큰 프로젝트든, 팀을 맡는 것이든, 자기 일이든.

첫째 줄과 둘째 줄이 같으면 아직 칸 안에 있는 것입니다. 다르면 그 차이가 회사가 월급을 주면서 넓혀준 부분입니다. 이력서에는 안 적히지만 셋째 줄이 요구하는 것의 대부분이 거기 있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이 많이 다르면, 그 차이가 지금 회사에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흘러드는 일 중에 무엇을 받을지가 그 차이로 정해집니다.

뽑는 쪽에 있다면 한 줄이 더 있습니다. 공고에 칸만 적지 말고, 그 칸에 앉은 사람에게 1년 뒤 흘러들 일까지 적는 것입니다. 58.9%는 칸과 자리의 거리를 공고에 적지 않아서 생긴 숫자입니다. 그 거리를 미리 적어주면 그 거리를 보고 오는 사람이 옵니다.

지금 하는 일 중에 공고에 없던 일은 무엇이고, 그 일은 누가 주었습니까. 그리고 그 일을 받은 뒤에 어느 쪽으로 넓어졌습니까.

댓글

로그인 없이 남길 수 있어요. 쓴 브라우저에서만 지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