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조직과 사람7분

모두가 브랜드가 될 때, 누가 발견될까요

자기 일을 알리는 것은 기회를 만듭니다. 하지만 발견될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기면 자기홍보가 모든 일의 입장권이 됩니다.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의 일이 발견되도록, 찾고 평가하고 연결하는 쪽의 역할을 묻습니다.

자기 일을 알리는 것은 필요합니다. 무엇을 해왔는지 밖에 내놓아야 새로운 사람이 그 일을 보고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발견되지 않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답이 늘 "자기를 더 알려라"라면, 발견의 책임은 전부 개인에게 남습니다. 저는 그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발견되는 데에는, 그 일을 알아보는 사람과 발견할 수 있는 경로도 필요합니다.

한 팀을 떠올려봅니다. 한 사람은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해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은 반복되는 고객 문제 하나를 오래 붙들고, 잘 안 되는 방법을 고쳐가며 해결합니다. 둘 다 팀에 필요한 일을 합니다. 그런데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을 찾는 자리에서 첫 번째 사람만 떠오른다면, 두 번째 사람에게 무엇을 말하게 될까요.

자기 일을 더 알리라는 조언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그 말로 끝내면, 일하는 방법은 서로 다른데 발견되는 방법은 모두에게 같아야 하는 셈입니다.

자기소개가 일의 실력을 대신할 때

퍼스널 브랜딩은 회사의 이름이나 직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결과물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일도 그런 활동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잘 설명하는 능력을 같은 무게로 요구할 이유는 없습니다. 강의를 맡길 때에는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정산 오류를 줄일 사람을 찾을 때에는 실제로 어떤 오류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2022년 발표된 Exley와 Kessler의 The Gender Gap in Self-Promotion은 수학·과학 과제에서 같은 성과를 낸 여성과 남성이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비교했습니다. 여성 참여자들은 같은 성과의 남성 참여자들보다 자신의 수행을 낮게 평가해 설명했습니다. 그 설명만을 보고 고용과 보수를 결정하는 실험 조건에서는 실제 선택에도 불리함이 생겼습니다. 언어 과제에서는 같은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이를 모든 분야의 차이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연구에서 제가 가져오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한 일을 보고 있는가, 그 사람이 자기 일을 평가한 말을 보고 있는가. 같은 성과를 다르게 설명할 수 있다면, 찾는 쪽에도 확인할 일이 남습니다. 자기소개에 덜 기대고 일을 알아보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미 알려진 사람을 고르면 편합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는 시간이 듭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일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람은 그 수고를 덜어줍니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사실을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근거가 다음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2006년 사이언스에 실린 Experimental Study of Inequality and Unpredictability in an Artificial Cultural Market은 1만 4,341명이 참여한 온라인 음악 시장 실험입니다. 참가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듣고 내려받았습니다. 일부는 다른 사람들이 각 곡을 얼마나 내려받았는지 볼 수 있었고, 일부는 그 숫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선택이 보이는 조건에서는 곡 사이의 인기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같은 곡들을 놓고도 서로 분리된 집단에서 얻는 인기가 달라져, 어떤 곡이 성공할지 예측하기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곡의 질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선택을 모를 때 좋은 반응을 얻은 곡들은 대체로 크게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종 인기는 곡 자체에 대한 반응만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음악 선택 실험을 채용과 똑같이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미 받은 관심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음 관심의 분배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좋은 일을 하는 것과 그 일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함께 살펴야 할 두 문제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에게 브랜딩만 더 잘하라고 하면, 각자는 남들이 쉽게 알아볼 만한 설명을 찾게 됩니다. 오래 붙들고 있지만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보다 바로 반응이 오는 주제에 시간을 더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보이는 데 힘을 쏟는다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일의 종류도 좁아질 것입니다.

묵묵히 하면 알아준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자기 길을 가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둔 일은 좋은 일이어도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듣고, 자신의 방법을 고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남기는 일은 필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자기 길은 반응이 적더라도 풀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문제를 계속 다루고,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발표할 성과가 자주 나오지 않는 일에도 그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력서가 완벽해질수록 같이 일해본 사람이 비싸집니다에서 같이 일해본 사람의 기억과 일의 기록을 남기자고 썼습니다. 이번에는 그 기록을 읽고 전하는 쪽을 보고 싶습니다. 기록이 쌓여 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면, 더 쓰라는 조언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결과를 써보고,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고, 함께 일한 사람의 기여를 설명해야 합니다.

관계를 만드는 방식이 기회를 바꿀 수 있다는 근거도 있습니다. 2022년 발표된 「A causal test of the strength of weak ties」를 소개한 MIT의 The power of weak ties in gaining new employment에 따르면, 연구진은 링크드인 이용자 약 2,000만 명을 대상으로 연결 추천 방식을 달리한 실험들을 분석했습니다. 약한 연결은 평균적으로 일자리 이동에 도움이 됐지만, 연결이 약할수록 언제나 좋았던 것은 아니며 산업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랐습니다.

이 연구가 자기홍보의 필요성을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연결을 추천하는 방식을 바꾸자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로도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의 일이 눈에 들어오는지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발견을 전부 개인의 책임으로 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찾는 쪽이 바꿀 수 있는 것

회사라면 새로운 일을 맡길 사람을 찾을 때부터 바꿀 수 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이름을 적기에 앞서, 이번에 풀어야 할 문제를 적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를 다뤄본 결과와 기록을 찾습니다. 발표를 자주 한 사람에게만 묻지 않고, 그 결과를 실제로 사용한 사람에게 누가 어떤 부분을 만들었는지 묻는 것입니다.

앞에서 떠올린 팀에 이 방법을 적용하면 다르게 볼 것이 생깁니다. 고객 문제가 어디서 반복됐고, 무엇을 바꾼 뒤 줄었는지 확인합니다. 그 일을 맡은 사람에게 왜 그 방법을 골랐는지 묻습니다. 맡길 일과 관련된 판단을 직접 살피는 과정에서, 평소에는 덜 떠오르던 사람도 후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좋은 문서나 도구를 발견했다면 만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 결과물과 이름을 함께 전합니다. 공동 작업이라면 누가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도 남깁니다. 공을 알아보는 사람이 설명을 나눠 맡으면, 자기 기여를 알리는 부담도 나뉩니다.

다만 추천만 믿으면 아는 사람끼리 기회를 돌리는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추천으로 찾은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추천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경로도 열어둡니다. 공개된 모집에서 관련 결과물을 같은 질문으로 살피거나, 평소 함께 일하지 않던 팀의 기록을 검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찾는 범위를 넓히는 일과 판단의 근거를 분명히 하는 일이 같이 가야 합니다.

그렇게 생긴 평판도 넓게 보면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평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당사자가 매번 자신을 소개해야만 일이 보이는지, 그 일을 접한 사람들도 가치를 알아보고 전하는지에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이 계속될 수 있도록

모두가 퍼스널 브랜딩을 잘하게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찾는 기준과 경로가 그대로라면, 자기소개 경쟁의 수준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발견되는 구조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관련된 결과와 과정으로 검토받을 기회를 갖자는 뜻입니다. 그래야 알리는 데 능숙한 사람의 일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일도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습니다.

그런 구조는 각자가 붙든 문제를 계속 풀 수 있게 합니다. 당장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해도,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찾아올 경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얻는 것은 더 다양한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발견의 책임을 나눠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두가 브랜드가 된 다음에는, 좋은 일을 알아보고 연결하는 일에도 더 많은 노력을 써야 합니다. 오늘 내 일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면, 다음에는 누군가가 해낸 일을 그 사람의 이름과 함께 전해볼 수 있습니다.

자기 길을 가는 사람에게 더 크게 말하라고 권하기 전에, 그 사람이 해온 일을 우리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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