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AX7분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부터 자동화됩니다

AI를 들이면 가장 먼저 자동화되는 일은 아무도 왜 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반대할 사람도, 결과를 따질 사람도 없어서입니다. 자동화를 다섯 단계의 마지막에 두는 한 엔지니어의 순서를 빌려, 자동화 앞에 서야 할 질문 둘을 적습니다.

회사에 AI가 들어오면 첫 과제는 대개 금방 정해집니다. 매주 금요일에 보내는 주간 보고, 매달 같은 틀로 채우는 실적표, 회의 끝에 돌리는 회의록. 반복되고, 규칙이 있고,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입니다. 자동화하면 반기는 사람만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먼저 자동화됩니다. 그런데 그 일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왜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글은 그 겹침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자동화가 끝나면 보고서는 전보다 빨리, 전보다 많이 나갑니다. 읽는 사람이 있는지는 전과 같이 아무도 모릅니다. 바뀐 것은 그 일에 들던 시간이 줄었다는 것 하나입니다. 없어도 되는 일이었다면, 그 시간은 처음부터 0으로 만들 수 있던 시간입니다.

반복되는 일을 먼저 자동화하라는 말

자동화 대상을 고르는 통념은 분명합니다. 반복적이고, 규칙이 명확하고, 판단이 덜 들어가는 일부터. 틀린 기준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기준이 골라내는 일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면 다른 얼굴이 보입니다.

반복된다는 것은 오래됐다는 뜻입니다. 오래된 일은 처음 시킨 사람이 자리를 옮겼거나 회사를 떠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규칙이 명확하다는 것은 판단이 빠져나간 뒤 절차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 일의 결과를 받아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결과를 쓰는 사람이 있으면 자동화된 결과물의 품질을 따지고 들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동화하기 가장 쉬운 일"과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은 자주 같은 일입니다. 자동화하기 쉬운 이유가 바로 주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없는 일은 없애기도 쉬웠을 텐데, 없애자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자동화하자는 말만 나옵니다. 없애려면 누군가 "이 일은 필요 없다"고 판단해야 하고, 자동화는 그 판단 없이도 할 수 있어서입니다.

자동화는 다섯 단계의 마지막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여름 스페이스X 공장을 안내하는 영상에서 자기 팀이 쓰는 다섯 단계를 말했습니다. 2023년에 나온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Elon Musk』에도 같은 순서가 적혀 있습니다. 로켓 공장의 이야기지만, 순서 자체는 어느 회사의 어느 일에나 그대로 놓입니다.

  1. 요구사항을 의심합니다.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붙어야 합니다. 부서 이름이 아니라 사람 이름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만든 요구사항일수록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서 더 위험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2. 뺄 수 있는 부품과 절차를 뺍니다. 나중에 뺀 것의 10% 정도를 다시 더하게 되지 않았다면 충분히 빼지 않은 것이라고 봅니다. 혹시 몰라서 남겨두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기준입니다.
  3. 남은 것을 단순하게 만들고 최적화합니다. 그가 똑똑한 엔지니어의 가장 흔한 실수로 꼽는 것이 이 단계에 있습니다. 애초에 없어야 할 것을 최적화하는 일입니다.
  4. 속도를 올립니다. 앞의 셋을 끝낸 뒤에만.
  5. 자동화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순서가 내용입니다. 자동화가 다섯 가운데 마지막에 있는데, 회사의 AI 도입은 대개 여기서 시작합니다. 첫 단계에서 멈춰야 했을 일이 다섯째 단계로 바로 건너갑니다.

이 순서는 머스크 자신이 거꾸로 밟았다가 적은 것입니다. 2018년 모델 3 생산이 계획에 한참 못 미치던 때, 그는 기자의 질문에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고, 정확히는 자기 실수였으며, 사람은 과소평가됐다고 답했습니다. 공장에 새 기술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넣었고, 로봇이 맡은 라인이 돌아가지 않아 그 라인을 통째로 치웠습니다. 다섯 단계에서 자동화가 마지막에 놓인 것은 원칙이 먼저 있어서가 아니라, 처음에 둔 자동화가 공장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뺀 다음에 자동화한 차

같은 회사가 올해 오스틴에서 운행을 시작한 사이버캡은 핸들과 페달이 없는 두 사람용 차입니다. 테슬라가 이 차의 냉난방 장치를 설명한 글에는 세 문장이 이 순서로 서 있습니다. 불필요한 냉매 밸브와 배관을 제거했고, 모듈 설계로 생산의 80%가 자동화됐으며, 다른 자동차의 열관리 시스템보다 38% 효율적이라는 설명입니다. 38%의 비교 기준은 밝히지 않아 테슬라의 주장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래도 문장의 순서는 그대로 남습니다. 뺐고, 그 다음에 자동화했습니다. 2018년의 순서와 반대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테슬라가 말한 것이 아니라 제가 그 설명에서 읽은 것입니다. 자동차 에어컨의 요구사항은 오랫동안 한 장면에서 나왔습니다. 한여름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사람이 타는 장면. 그 차는 하루의 대부분을 서 있고, 올라탄 사람은 지금 당장 시원해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에어컨은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택시는 세워두는 차가 아닙니다. 하루 종일 돌고, 다음 손님을 태우러 가는 동안 실내를 미리 맞출 수 있습니다. 요구사항을 낳은 장면이 사라졌는데 요구사항만 남아 있다면, 그것이 첫 단계에서 의심해야 할 요구사항입니다. 배관을 뺄 수 있었던 것은 그 요구를 먼저 의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회사의 일도 같습니다. 주간 보고의 양식은 어느 날 어떤 사정이 있어 어떤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그 사정은 대개 끝났고, 그 사람은 대개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남은 것은 양식입니다. 양식은 자기가 왜 생겼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뺄 수 없고, 뺄 수 없으면 자동화합니다

회사에서 요구사항의 출처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합니다. "위에서 원하셔서", "원래 그렇게 했어서", "감사 때문에". 전부 부서 이름이거나 이름이 아닌 것입니다. 머스크가 사람 이름을 요구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저는 읽습니다. 이름이 있으면 가서 물을 수 있습니다. 그때 왜 필요했는지, 지금도 필요한지. 이름이 없으면 물을 곳이 없고, 물을 곳이 없으면 아무도 빼자고 말할 수 없습니다. 빼자는 말이 안 나오는 일은 자동화하자는 말로 넘어갑니다. 빼기보다 자동화가 안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동화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데, 빼기는 누군가 "없어도 된다"고 말해야 합니다.

더하자는 말은 쉽고, 빼자는 말은 어렵습니다에서 뺀 이유를 뺀 것 옆에 남기자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그 한 칸 앞입니다. 더한 이유도 더한 것 옆에 남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정으로 이 일을 만들었는지가 양식 어딘가에 한 줄로 있으면, 그 사정이 끝났을 때 누구든 빼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한 줄이 없는 일이 몇 년 뒤 가장 먼저 자동화됩니다.

AX 기업을 만들어가는 순서에서 AI를 들이기 전에 없애는 일이 먼저라고 적었습니다. 그때는 없애야 한다고만 적었고, 왜 없애기가 안 되는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 답이 이것입니다. 없애려면 그 일이 왜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걸 알려면 만든 사람의 이름과 그때의 사정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둘 다 없는 회사에서 없애기는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고, 자동화만 남습니다.

자동화 안건에 질문 둘을 붙입니다

AI로 무엇을 자동화하자는 안건이 올라오면, 도구를 고르기 전에 둘을 묻습니다.

  1. 이 일을 처음 시킨 사람의 이름과 그때의 사정은 무엇입니까. 답이 "위에서" 나 "원래" 라면 아직 1단계입니다. 모르면 찾아봅니다. 찾아도 없으면 그 자체가 답입니다.
  2. 그 사정이 지금도 있습니까. 있으면 자동화해도 됩니다. 없으면 자동화가 아니라 삭제가 안건입니다. 빼고 나서 누군가 돌려달라고 하면 그때 돌려놓습니다. 그런 요청이 열에 하나쯤은 있어야 충분히 뺀 것입니다.

모든 자동화가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AI를 쓰지 않기 위해 AX합니다에서 적은 대로, 왜 하는지 설명되는 일은 사람 손에서 떠나도 됩니다. 문제는 설명되는 일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일이 먼저 떠난다는 것입니다. 그 일은 떠나는 게 아니라 사라져야 했습니다.

이 사이트에도 그런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영상 목록의 썸네일을 자동으로 받아오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는데, 몇 주 뒤 영상 절 자체가 사이트의 축에서 빠졌습니다. 스크립트는 지금도 남아 있고 돌릴 일이 없습니다. 영상이 이 채널에서 어떤 자리인지를 먼저 물었다면 만들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자동화는 잘됐고, 질문이 빠졌습니다.

AI가 들어온 뒤로 자동화의 비용은 크게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자동화하자는 말은 앞으로 더 쉽게 나올 것입니다. 그 말이 나올 때마다 한 칸 앞으로 돌아가 묻는 것이 이 순서의 전부입니다.

지금 자동화하려는 그 일, 처음 시킨 사람의 이름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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