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로롱
일과 성장6분

목표에 못 닿은 일도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습니다

목표에 못 닿은 프로젝트의 회고는 대개 못 한 이유로 끝납니다. 같은 석 달을 실제로 도착한 곳에 비춰 한 번 더 적으면, 그 사이에 할 수 있게 된 것과 다음 목표의 재료가 보입니다. 회고에 세 칸을 두는 방법을 적습니다.

분기 목표의 절반쯤에서 멈춘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회고 문서에는 못 한 이유가 적힙니다. 범위가 컸고, 중간에 요구가 바뀌었고, 사람이 빠졌습니다. 평가 면담에서는 짧게 지나가고, 경력기술서에는 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석 달 동안 한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목표에는 못 닿았어도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도착한 곳을 기록에 남기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실패를 성공이라고 부르자는 말이 아닙니다. 원래 목표에 얼마나 닿았는지는 숫자 그대로 적습니다. 그 줄을 지우고 도착한 곳만 적으면 회고가 아니라 변명이 됩니다. 이 글이 더하자는 것은 그 줄 아래의 한 줄입니다.

회고는 원래 목표 하나에만 비춰 봅니다

회고에서 묻는 것은 대개 비슷합니다. 무엇을 하려고 했나, 실제로 어떻게 됐나, 왜 달랐나, 다음에는 무엇을 바꾸나. 네 질문이 전부 원래 목표를 기준으로 서 있습니다. 그래서 답도 둘 중 하나입니다. 닿았거나, 못 닿았거나.

못 닿은 프로젝트의 회고는 원인 목록이 됩니다. 원인은 대개 맞는 말입니다. 다만 거기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다음에 하지 말 것뿐입니다. 그 석 달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게 됐는지는 문서 어디에도 적히지 않습니다. 적을 칸이 없기 때문입니다.

틀린 방식은 아닙니다. 회사는 약속한 것을 했는지 물어야 하고, 회고 양식이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그 질문 하나만 있다는 것입니다. 석 달을 비춰 볼 거울이 원래 목표 하나뿐이면, 그 거울에 안 비치는 것은 없었던 일이 됩니다.

빗나간 슛을 한 번 더 적습니다

로봇에게 일을 가르치는 연구에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7년 오픈AI 연구진이 낸 Hindsight Experience Replay는 로봇 팔에게 물건을 밀거나 집어서 정해진 자리에 옮기는 일을 가르쳤습니다. 로봇이 받는 신호는 둘뿐이었습니다. 정해진 자리에 놓았나, 못 놓았나. 처음 배우는 로봇은 거의 늘 못 놓으니, 늘 같은 신호만 받고 배울 것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 첫머리에 하키를 예로 듭니다. 퍽을 쳤는데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습니다. 보통의 학습은 여기서 이 동작으로는 골이 안 들어간다는 결론만 내리고,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결론도 가능합니다. 골대가 조금 더 오른쪽에 있었다면 이 동작은 골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사람이 원하지 않은 결과에서도 원한 결과에서와 거의 같은 만큼 배운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기계에게 시켰습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한 번의 시도를 두 번 적습니다. 원래 목표로 한 번, 물건이 실제로 멈춘 자리를 목표로 한 번 더. 앞의 기록은 실패고 뒤의 기록은 성공입니다. 원래 목표의 기록은 지우지 않습니다. 이 방법이 없을 때 하나도 풀지 못하던 과제 셋을, 이 방법을 더하자 로봇이 거의 완벽하게 풀었습니다.

두 가지가 더 눈에 띕니다. 마지막에 멈춘 자리 하나만 다시 적는 것보다, 시도 중간에 지난 자리 몇 곳을 골라 다시 적는 쪽이 더 잘 배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적는 기록의 비중을 너무 늘리자 오히려 성능이 떨어졌습니다. 원래 목표로 적은 기록이 너무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도착한 곳은 원래 목표 옆에 적을 때 쓸모가 있고, 원래 목표를 밀어내면 쓸모를 잃습니다.

가장 많이 배운 석 달이 먼저 지워집니다

회사의 판정도 로봇이 받는 신호처럼 드뭅니다. 분기에 한 번, 목표 하나에 비춰서, 닿았나 못 닿았나. 처음 해보는 일일수록 처음 세운 목표에 못 닿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그 석 달은 못 닿음 한 줄로 남고, 그 사이에 한 일은 기록에서 빠집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이 손실이 커집니다. 연차가 오르면 더 어렵고 처음 해보는 일을 맡게 되고, 그런 일일수록 처음 목표에 못 닿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록은 닿은 목표에서만 나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배운 석 달이 기록에서 가장 먼저 지워집니다. 몇 년 뒤 다음 일을 고르려고 경력을 돌아볼 때 할 수 있는 것의 목록은 실제보다 짧고, 빠진 것이 하필 새로운 일을 할 때 필요한 것입니다.

조직도 같은 것을 잃습니다. 다음 목표를 세울 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인데, 그 정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못 닿은 프로젝트입니다. 그 회고가 원인 목록으로 끝나면 다음 분기 목표는 지난 분기 목표를 조금 고친 것이 됩니다.

다만 이 한 줄을 적는 자리는 평가 면담이 아닙니다. 평가는 약속한 것을 했는지 묻는 자리라서 원래 목표로 보는 것이 맞고, 거기서 다른 목표였다면 성공이었다는 말은 변명으로 들립니다. 실행이 빨라질수록 목표는 더 자주 봐야 합니다에서 목표를 보는 자리와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를 떼어두자고 적었습니다. 다시 적는 일은 앞의 자리, 그리고 자기 기록에서 합니다.

회고에 세 칸을 둡니다

하던 회고에 칸 둘을 더합니다. 질문은 셋입니다.

  1. 원래 목표에 얼마나 닿았나. 숫자 그대로 적습니다. 이 칸이 먼저입니다.
  2. 실제로 어디에 도착했나. 만든 것, 알게 된 것, 할 수 있게 된 것. 끝난 자리만이 아니라 중간에 지난 자리도 적습니다.
  3. 그곳이 목표였다면 성공이었나. 그렇다면 그 목표는 누구에게, 언제 쓸모가 있나.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원래 목표실제로 도착한 곳그곳이 목표였다면
신규 거래처 30곳9곳. 그중 6곳이 물류 업종물류 업종에서 첫 거래처 다섯 곳이었다면 성공. 다음 분기 목표 후보
신입 온보딩 개편, 석 달 안에 전 부서 적용두 부서에서 멈춤. 부서마다 첫 주에 배우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두 부서용 체크리스트를 만듦부서별 첫 주의 차이를 찾아 적는 것이었다면 성공. 체크리스트는 다음 입사자가 쓴다

셋째 칸에서 다음 분기 목표가 나오기도 하고, 경력기술서의 한 줄이 나오기도 합니다. 둘째 칸이 비면 그 석 달은 정말로 아무 데도 닿지 않은 것인데, 그것도 알아둘 가치가 있습니다. 멈출 때를 늦게 알아챘다는 뜻이니까요.

저희 팀은 네 번째 대화에서 2주마다 둘을 봅니다. 지표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새로 알게 됐는지. 앞의 것이 첫째 칸이고 뒤의 것이 둘째 칸입니다. 셋째 칸은 그 둘을 잇는 질문입니다. 새로 알게 된 것이 어떤 목표의 성공이었는지 물어두면, 분기 끝에 다음 목표를 세울 때 그것이 재료가 됩니다.

칸은 셋이지만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둘째와 셋째 칸이 길어지고 첫째 칸이 한 줄로 줄어들면, 다시 적는 기록만 늘린 로봇처럼 원래 목표에서 배울 것이 사라집니다.

이 사이트가 도착한 곳

이 사이트는 올해 8월에 만든 것을 거는 곳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세운 뼈대에는 칸이 둘이었습니다. 만든 서비스, 그리고 만든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 글을 쓰는 칸은 없었습니다. 영상은 여섯 편을 올리고 멈췄습니다.

원래 목표에 비추면 두 칸 중 하나가 멈춘 기록입니다. 그 줄은 그대로 둡니다. 영상 여섯 편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을 실제로 도착한 곳에 비춰 다시 적으면 다른 줄이 나옵니다. 그 사이에 쌓인 것은 글이었습니다. 8월 말과 9월에 걸쳐 대문의 순서를 바꿨습니다. 글이 첫 자리에 서고, 만든 것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도착한 곳을 다음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두 번째 창업도 전혀 다른 서비스에서 출발해 의견을 듣고 바꾸면서 지금 모습이 됐습니다. 처음 세운 목표 하나에만 비춰 봤다면 그 출발은 실패 한 줄로 끝났을 것입니다.

목표를 먼저 정하고 거꾸로 계획하라는 말은 많습니다. 이 사이트의 앞선 글들도 대개 그쪽이었습니다. 이 글은 반대 방향입니다. 도착한 곳에서 거꾸로 목표를 다시 적습니다. 둘은 서로를 지우지 않습니다. 원래 목표를 적고, 그 아래에 도착한 곳을 적고, 둘을 나란히 놓고 볼 때 다음 목표가 보입니다.

지난 분기에 못 닿은 목표 하나, 그 석 달이 실제로 도착한 곳을 한 줄로 적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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